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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곶 제주 sunhangot jeju 

구도심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며 제주의 오래된 도시의 정체성과 방향을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도시는 시간이 켜켜히 쌓여 적층이 되어야 하며, 편하게 걸을 수 있어야 하고, 사람들이 편히 찾을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곳곳에 자리해야 한다는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하던 무렵, 한 건축주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당시 제주 구도심은 잘 기획 된 숙소와 상점, 카페가 묶인 복합 건물이 성공적으로 들어온 후라 주변이 조금씩 들썩거리던 시기였습니다. 건축주는 타지역의 구도심이 어떻게 살아나고 어떻게 쇠락하는지 수없이 봐왔기에 실험적인 집을 짓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건축주의 독특한 결심에 ‘제주 구도심의 고유함’을 담고 ‘천천히 변하는 골목’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였고, 그러려면 시간을 품어 주변을 허름해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것이 운영의 자연스러움과 어우러지는 건물의 해법일 것 같았습니다. 큰 자본이 들어와 순식간에 주변을 물들이기보다 생명력 있는 작은 가게들이 늘어 서서히 골목이 살아난다면 그것이 오래된 도심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실측을 마치고 방향을 잡은 후 진행한 작업은 현대인의 신체 조건이나 삶의 방식에 맞추어 평면과 단면을 새롭게 구성하여 밝고 시원한 공간감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대문을 바꾸어 점방으로 드나들게 하였고, 점방의 슬라브 일부를 드러내 빛이 들어오는 작은 진입 마당을 만들었습니다. 본 건물의 내부에 2층과 통하는 원형의 실내계단을 두고, 2층 바닥 일부를 철거하여 시원한 볼륨을 계획하기도 하였습니다. 비가 새던 평지붕 일부를 박공지붕으로 만들고 유리로 마감한 것은 빛이 2층부터 1층까지 고르게 닿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면의 굴뚝과 보일러실은 붉은 벽돌 타일로 마감해 하얀 건물, 녹색의 정원과 함께 골목의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였습니다.

 

완성된 순한곶 제주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 미술관으로 운영되며 동네의 활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위치 : 제주시 삼도2동

​규모 : 지상 2층 / 92.69

용도 : 갤러리, 공방

구조 : 철근콘크리트, 조적조

​설계 :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이창규, 강정윤, 김현준)

감리 :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시공 : 루트 디자인

조경 : 화목해

​사진 : 이상훈

기간 : 202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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