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창규, 강정윤 대표를 만났다. 둘은 서울에서 같은 설계사사무소에 근무하다 연인이 되었다. 제주에 이창규 소장 어머니의 집을 지으러 온 것이 계기가 되어 제주에 눌러 앉았고, 같이 일하다 자연스레 결혼까지 이어졌다. 제주만의 특징을 간직한 집을 짓는 것에서 구도심을 기록하는 일까지 넓혀가며 제주만의 문화와 건축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 그들이 이야기하는 제주만이 가진 가능성에 대해 들어본다.
2020년 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건축주가 화상으로 미팅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연락이 왔다. 집에 있던 중이라 회의를 시작하기 전, 주변 조명 때문에 얼굴에 그림자가 지지는 않는지, 뒤 공간은 정돈이 잘 되었는지, 소리는 잘 들리는지 등을 확인하며 화상 회의를 위한 미팅 공간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린 비대면 미팅들이라 크게 괘념치 않지만 당시에는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공공건축가와 함께 걷기] <3> 에이루트건축 이창규 도시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대형구조물? 수많은 사람들? 높은 건축물이 많고, 인구가 많다고 도시에 힘이 붙을까? 그러진 않다. 도시의 힘이란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 도시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난 2월 14일부터 제주시민회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공공건축가들이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는 ‘걷고 싶은 도시 공간 만들기’라는 기획전이다.
가족들과 남도 여행을 다녀온 건축주가 여행지에서 사온 모주를 선물로 건네주었다. 그 따뜻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드는데 문득 바로 전에 다녀온 답사가 생각났다. 답사 중 식사시간에는 그 지역 음식을 맛보고, 저녁이면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를 종류별로 마시며 맛을 비교하곤 했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며 해외여행은 어려워졌지만 우리나라의 각 지역을 오감으로 즐기는 여행이 많아졌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제주 Happy Song] 제6화 건축가 승효상의 글귀를 몇 자 옮겨본다. “터무늬(터에 새겨진 무늬) 없는 삶이란 땅과 무관한 유목민적 삶이다. 정주한다는 것은 땅에 삶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며, 기억을 적층하는 과정이다.” 삶의 흔적이 새겨진 땅을 아끼는 건축가의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그런데 정작 필자가 유목민적 삶을 살고 있으니까 서글픈 마음이 든다. 서귀포 붙박이가 되려고 열심히 살고는 있으나, 아직도 정주하지 못한 마음이 한켠에 남아 있다.
[나는 제주건축가다] <7> 건축가 이창규 기획 ‘나는 제주건축가다’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 건축에 대한 이야기와 제주라는 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기획은 모두 3개로 나눠진다. 건축가가 꼽은 땅에 대한 이야기, 건축가와 나누는 대담, 자신을 이끌어 준 건축 관련 책을 담는다. 대담은 문답식으로 싣는다.
반세기쯤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속 한구석에 작은 오두막집 하나쯤 품고 산다. 한적한 제주에 귤 창고처럼 아담하고 현무암처럼 무덤덤한 비밀 기지를 짓고 파도 소리를 벗 삼아 바다를 꿈꾸는 남자.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동네 어귀마다 슈퍼모델이 떼 지어 있는 형국”이라 비유하며 작은 프레임으로 숲과 나무, 노을을 수확하는 사진가 김한준을 만났다. 숲은 변하지 않아서 좋고, 바다는 항상 변해서 좋다는 그와 슬로보트에서 나눈 이야기는 느린 항해처럼 잔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