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문화뉴스 기고] 글로컬, 나의 그리고 우리의 안과 밖

글로컬(glocal)이라는 단어가 있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합친 단어로 교통과 통신 등이 발달하며 국가의 범위를 넘어 세계적으로 그 생활권이 커져 전 지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자기가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지역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시각이 상호보완이 되어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그동안 주류의 사고가 글로벌화에 집중이 되었다면 몇 년 사이 동네를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많아지고 화제가 되는 것을 볼 때, 지역의 중요성을 깨닫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로컬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던 차에 코로나 19사태가 장기화되며 더욱 더 나의 안과 주변으로 그 시선이 옮겨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생각은 건축에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으며 앞으로 더 가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앞서 말한 국내 여행이나 지역을 다루는 콘텐츠들이 늘어나며 한국적인 건축물이과 우리나라의 풍경을 담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안에서 문제를 찾고 그 해결방법도 우리 안에서 찾아보자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 주로 건물을 짓고 있는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제주적인’ ‘과수원과 숲에 녹아드는’, ‘마을과 제주의 풍경에 어우러진’ 등의 이야기를 건축주와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여 건축 작업을 하였는데 요즈음 들어 그런 생각을 가진 건축주들이 부쩍 더 많아진 느낌이다. 그렇다면 세계화에서 지역성으로 그 시선이 옮겨지고 있는 이때 그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시작은 관찰과 기록에 있다. 여행이나 답사 혹은 동네 산책을 통해 발견한 좋은 것을 그저 좋은 것으로만 두지 말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담아두는 기록의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무언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을 때 지식과 지혜가 축적된 책을 찾기도 하고, 다양한 의견이 있는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한다. 공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주변의 건축물과 마을을 꾸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 누리고 싶을 때 자신만의 독특한 참고서가 되기도 하고 순발력 있는 해법이 되기도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어떠한 건축물이나 공간이 익숙해지는 시간과 그 건축의 가치를 알아보고 해석해 줄 사람을 만나기까지 필요한 시간 두 가지 모두를 의미한다. 건축에서도 처음 해보는 시도들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 눈에 익어 편안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시간을 견디고 남은 오래된 집과 골목 등을 지금과 같이 가치관이 바뀌고 시대정신이 달라졌을 때 바라보며 다시금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한다. 파리의 에펠탑도 처음에는 비난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파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보편성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것 혹은 오래되고 익숙한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지역적 특색을 담은 토속적인 것 중에 많은 것이 그 생명력을 잃고 사라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도태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역의 특성이 드러난 공간에서 좋다고 느끼는 근본적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그 어휘가 우리의 지금의 삶을 담고 또 오랜 시간이 흘러도 통용될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고 이어간다면 글로벌한 로컬, 로컬의 글로벌화는 자연스레 이루어지지 않을까? 



몇 년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빈부 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적 상황과 분위기로 풀어내 전 세계인의 환호를 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오랜 시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이야기했던 것들이 시대의 흐름과 맞닥뜨리며 쾌거를 이룬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 말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여기에 조금 보태어 말하고 싶다. ‘가장 개인적인 것들을 관심을 가지고 기록하며, 시간을 두고 그 보편성에 대해 고민한다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라고.





출처 : 문화뉴스(https://www.mhns.co.kr)

원문보기 : http://www.mhns.co.kr/articleView.html?idxno=520962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