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어머니 집
부부가 함께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창규 소장, 강정윤 소장을 만났다. 서울에서 같은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하던 둘은 제주가 고향인 이창규 소장의 어머니 집을 지으면서 제주로 내려오게 됐다. 어머니 집을 짓고 서울로 돌아가려던 이창규 소장도,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에 따라 내려왔던 강정윤 소장도 계속해서 들어오는 설계 의뢰에 지금은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에 눌러앉았다. 일을 같이해보자고 내려왔던 것이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이어졌다. 어머니 집을 지으면서 이창규 소장은 육지의 방식이 아닌 제주의 방식을 따르는 보편적인 집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의 마을 답사를 많이 했고, 제주건축의 특징을 알게 되었다. 제주건축은 바람을 막기 위해 집이 낮고, 집 앞에는 올레가 근사하게 있었다. 또 초가집의 경우 밖은 밝아도 내부는 약간 어둡게 되어있는데, 그 어둠이 불편한 게 아닌 기분 좋은 어스름한 느낌이 있었다. 어머님은 반대했지만, 그는 이런 특징이 담긴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반대를 무릅쓰고 집 내부에 돌을 쌓아 초가집의 기분 좋은 어둠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넣었다.
#구도심을 기록하다
제주 구도심은 1,000년이 넘은 도시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구도심에는 성곽의 흔적, 돌집의 형상, 올레 같은 게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오래된 도심임을 생각했을 때 그 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제대로 된 기록조차 없었다. 기록이 있으면 우리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같이 공론화를 할 수 있고, 사회적인 합의를 할 수 있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구도심의 정체성을 알아갈 수 있다. 그들은 지금이라도 남아있는 것들을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지도를 만들었다. 구도심을 기록하며 그들은 구도심의 경관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기록을 통해 구도심에서 중요한 경관적인 요소가 어떤 곳인가를 알고, 필지들을 공공에서 매입하여 보존한다면, 50년, 100년 뒤에도 그 경관을 유지할 수 있다. 기록이란 작업이 결국 서로 합의하고 소통하며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은 구도심을 기록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제주는
그들이 생각하는 제주 원도심의 중요한 가치는 길이다. 건물은 어느 정도 사용하면 노후화가 되고 고치기도 하고 없어질 수도 있지만, 길의 흔적은 계속 가지고 나아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주 구도심에 남아있는 올레길의 흔적은 다른 도시에선 찾아볼 수 없기에, 그런 것들이 제주의 정체성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유럽의 도시는 잘 지어 뼈대가 튼튼한 집이 많다. 그래서 개조해도 괜찮은 건물이 나오지만, 제주의 구도심은 그렇지 않은 건물도 매우 많기에 무조건으로 구도심의 모습을 지키자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의미가 있거나 잘 지어진 건물들은 활용하고, 건축가와 건축주가 함께 고민해 자연환경뿐 아니라 주변 건물도 함께 어우러지는 신축 건물들도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도심의 정체성을 갖추면서도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할 수 있을까요?
제주의 구도심은 다시 활성화될 수 있을까. 그들은 구도심이 시간이 적층된 도시가 된다면 구도심의 활성화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20년대부터 혹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건물들이나 오래된 골목을 잘 지키고 유지하면 구도심은 굉장히 좋은 도시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걷기 좋은 보행의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걷기 좋은 도시가 되어야 사람들이 도시를 많이 오고 즐기고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주는 공공건축가제도를 운영한 지 3년째이다. 지금도 많은 공공 건축가들이 제주 구도심과 서귀포 구도심에 관련된 조사를 통해 새로운 도시의 방향성을 많이 제안하고 있다. 제주만의 문화와 가능성이 많이 있고,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공공 건축가와 총괄 선생님,도청 관계자분들이 많이 있기에, 그들은 제주 구도심의 활성화는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제주만이 지닌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해요.
제주의 문화나 건축에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이창규)
출처 : [톡톡카페 시즌3] 다시 할 수 있을까요?_이창규&강정윤
원문보기 : http://blog.naver.com/jejuco2020/222837757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