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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행복의 건축’은 우리 학교에서 찾으세요

집은 기억한다. 집을 거쳐 간 사람들을. 어느 사람의 행복했던 순간을 집은 기억한다. 그렇다면 집에서 행복을 느낀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대게는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과 함께할 때 집이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행복은 배가된다.


학교 공간도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을 사는 이들에게 학교는 매우 익숙한 공간이다. ‘내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그러기에 집에서 행복을 느끼듯, 학교에서도 행복을 느끼려면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학교 공간이 아름다워지면 학교는 자연스레 가고 싶은 곳이 된다. ≪적과 흑≫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는 말을 했다. 맞는 말이다. 행복을 안겨주는 주요 요소 가운데 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아름다움’이다.


동광초등학교는 아름다움을 부른다. 흔히 보던 공간이 몇 년 전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이다. 내 집보다 더 좋은 집을 보면 부러워하듯, 동광초 공간을 본 다른 학교 아이들은 곧잘 “동광초로 오고 싶다”며 조른다.


학교에 변화가 찾아온 건 2019년 하반기였다. 김지혜 교장이 이 학교에 오면서다. 처음엔 등굣길을 개선했다. 교무실 바로 앞에까지 승용차가 오가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판이 커졌다.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 학원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잠시 머물 공간이 필요해졌다. 김지혜 교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봤어요. 수업을 마치고 엄마를 기다리는 공간이 없다, 비 올 때 기다릴 공간이 없다, 학원 차를 기다릴 공간이 없다는 거예요. 학교 공간을 전부 봤는데, 정말 공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교장실을 내놓게 됐어요.”


2층에 있던 교장실과 컴퓨터실 북쪽으로 다소 너른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을 한데 합쳐,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지금은 ‘꿈담’이라고 부르는 학교도서관이다. 설계는 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의 강정윤 소장이 맡았다. 설계를 마치고 공사에 돌입하고 천장을 뜯어냈더니, 너른 공간이 보였다. 버리기에 아까운 공간이었다. 다시 설계를 했다. 덕분에 ‘꿈담’은 아름다운 복층을 지닌 공간으로 탄생한다. 학생들에게 내어준 교장실은 ‘꿈담’ 북쪽에 자그마하게 앉아 있다. 어떤 이들은 “교장실이 너무 작다”고 하지만, 덕분에 아이들의 꿈을 가득 담아낼 멋진 공간이 만들어진 것 아닌가.


‘꿈담’은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교실을 박차고 나온 아이들과 교사들은 이곳에서 수업을 하곤 한다. ‘꿈담’을 쓰려고 각 반마다 줄을 서야 할 정도이다. 때문에 ‘꿈담’을 쓸 학급은 예약을 해야 한다. ‘꿈담’은 학교 밖에서도 인기를 구가한다. 공간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줄을 서서 오곤 한다. 올해 7월엔 국내 곳곳에서 들를 정도였다. 김지혜 교장은 학교 공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책을 보니 학교 공간이 교도소랑 비슷한 구조라는 거예요. 그 말에 거부감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평생을 학교 공간을 꾸미며 살아왔잖아요. 그러나 공간 혁신을 해보니 그 말에 공감이 되더라고요. 요즘은 집안마다 환경이 좋잖아요. 이젠 학교도 그에 맞춰서 변화해야죠. 그래서 복도에도 아이들이 앉아서 놀 수 있게 의자도 놓아두었죠. 예전엔 학교 공간의 색채는 아주 한정돼 있었는데, 색채도 신경을 썼어요. 학년마다 색깔을 달리했더니, 학생들의 행동도 달라졌어요. 세련되어지고, 품격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학교 공간은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기회를 많이 주면 줄수록 변화한다. ‘꿈담’ 도서관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연결복도에 과학실에서 쓰던 ‘시약장’이 버티고 있다. 시약장의 유리를 떼어내고 페인트칠을 한 뒤에 식물을 키우는 공간으로 변했다. 학부모들이 만든 공간이다. 교사들의 땀도 곳곳에서 확인 가능하다. 페인트 연수를 받은 교사들이 가구 리폼에 나섰다. 재미를 붙인 교사들은 선풍기에도 색을 입혔다.



동광초의 등굣길은 즐겁다. 아이들의 등하굣길 주출입구에 폴딩도어를 달아서 ‘닫힌 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여기서는 1주일에 한번씩 ‘음악이 있는 등굣길’이 만들어진다. 3학년부터 학급별로 돌아가며 리코더를 연주한다. 2학년은 빨리 커서 3학년이 되고 싶어한다. 언니·오빠는 물론, 동생들의 편안한 등굣길을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동광초는 말한다. ‘행복의 건축’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출처 : 미디어제주(http://www.mediajeju.com)

원문보기 : http://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339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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