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달동 근생, 주택 saekdal-dong office, residence
삼나무로 둘러싸인 감귤 과수원은 보편적인 제주의 풍경이지만 최근 제주는 삼나무가 사라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거센 바람을 막아주던 삼나무가 이제는 그늘을 만들어 감귤의 당도를 낮춘다는 이유로 베어지고 있는 것이다. 깊고 고요한 풍경을 만들어주던 삼나무를 없애는 방법이 과연 최선일까? 나무와 공존 할 수는 없을까? 처음 방문하였을 때 2m정도 높은 땅 위에 삼나무로 둘러싸인 과수원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감귤 나무 사이 빌레(제주 너럭바위)도 근사하였다. 건물이 들어설 곳은 어쩔 수 없겠지만 삼나무-감귤나무-바위의 풍경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현황 측량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획을 잡 아나가기 시작했다.
대지는 남북으로 600mm 정도의 레벨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기존의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세심하게 레 벨을 읽고 건물을 앉혀야 했다. 양명한 마당을 만들기 위해 2층 규모의 사무실과 카페는 북측으로 배치하고, 단 층의 주거 겸 사무실 공간은 남쪽으로 배치하였다. 귤나무와 바위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풍경, 삼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바람이 흐르는 공간은 익숙한 아름다움을 슬며시 느끼게 해줄 것이다. 도로 레벨에 맞춰 요구된 6개의 주차장은 높낮이가 있는 땅 아래로 계획하고 각각의 진입로를 통해 각각의 건 물로 진입한다. 계단을 올라오면 두 동선은 삼나무 길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만난다. 건물로 둘러싸인 마당에는 삼나무, 귤나무와 같은 상록수와 대비되는 낙엽수와 꽃을 심어 제주의 사계절을 오롯이 즐길 수 있게 하였다.
과수원과 삼나무 풍경에 배경처럼 조화를 이루는 건물을 만들기 위해 외부는 기존에 있던 제주석 축대와 같은 어두운 톤으로 마감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이 들었다. 주차장 옹벽 또한 검은색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여 도드라지지 않 게 하였다. 내부는 무덤덤한 외부와 다르게 따뜻한 재료로 마감하였다. 북카페 로 운영 할 사무실 동은 자연스러운 노출콘크리트와 짙은 색의 합판을, 살짝 낮은 땅에 자리한 주거동은 하얀색 페인트와 결이 고운 편백나무로 밝게 마감 하였다. 슬로보트와 하천리 작업을 하며 서울의 작업실 또는 사무실을 주거와 함께 제 주로 옮겨오는 경우가 늘어나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었다. 이번 색달동 작 업 중에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고, 건축주는 재택업무가 가능한 영역의 일 을 하고 있기에 아예 주거지와 사무실을 제주로 옮기겠다고 하였다. 자연과 가 까운 삶, 일과 일상의 균형의 가치가 높아지며 제주는 또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위치 : 서귀포시 색달동
규모 : 지상 2층, 1층 / 166.00, 103.67㎡
용도 : 사무소, 주택
구조 : 철근 콘크리트
설계 :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이창규, 강정윤, 김현준)
감리 :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이창규, 강정윤, 김현준)
시공 : (주)지에이유 아키팩토리
조경 :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더원그린
사진 : 박영채
기간 : 2021~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