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리 낮은 집 3 hacheon-ri H residence 2
서서히 진화하는 제주의 집
“새로 들어 갈 건물들이 멋지게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기존 집이 초라해보지 않게 계획이 되어 기쁩니다.”
하천리 프로젝트는 서귀포 표선리 중산간 마을안에 지어진 주택과 사무실로, 건축주는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 마을과 이질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였다. 너른 과수원에 있는 구옥을 증축, 리모델링하며 새로운 삶을 넣고, 남은 땅을 나누어 주택과 사무 실를 짓기로 하였는데 땅을 반듯하게 분할하기보다 제주스럽게 나누어 보고자 하였다. 더불어 제주 마을과 구도심 조사를 통해 올래길이 망가지고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았던 터라 이번 작업은 올래, 진입부 설계에 가장 공을 들였고 건축주를 설득하여 기 존 대지의 높이차를 인정하며 별채(목욕채)- 사무실 - 주택의 순서로 낮고 깊어지게 배치를 하였다. 부정형의 자연스러운 필지 전면에 주차장을 만들고, 주택과 별채로 들어가는 길은 제주민가에서 보듯 낮게 들어가는 '고즈넉한 올래'를, 사무실로 들어가 는 길은 건축적으로 새로이 '구축된 올래'를 두어 진입 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작업을 통해 제주 건축의 정서를 함축한 다양한 요소들이 새롭게 치환되고 진화되어 오늘날 우리가 구상하는 공간에도 충분히 담길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하였다.
처음 배치를 잡으며 택지분할 하듯 반듯하게 땅을 나눌 것이 아니라, 제주의 밭처럼 지형에 맞추어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나누었다. 그리고 도로 쪽에 주차장을 두고 건물은 도로에서 일정 부분 이격하여 빽빽한 2차 선 도로에 여유를 주어 주민들이 편히 다닐 수 있도록 곁을 내주었다. 기존 대지는 바람을 피해 귤을 재배하 느라 실제 도로 보다 약 1.5m 정도 내려 앉아 있었는데 이러한 땅의 형상을 살려 깊숙이 건물을 짓고, 동네 에 어울리는 스케일의 1, 2층 건물이 되도록 계획하였다.
<땅과 가까운 낮은집>
제주의 평화로운 경관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낮은 집'이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제주섬은 워낙 물빠짐이 좋아 옛부터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옴팡진 땅'을 선호하였으며 그곳에 지어지는 집을 가장 좋은 집이라 여겼다. 처음 건 축주는 낮은 땅에 대해 걱정하며 도로와 같은 높이로 땅을 높이자 하였다. 그러나 제주 풍토에 대한 이야기, 그와 비롯된 제주의 건축과 마을 그리고 경관에 대해 설명하고 기존의 높이 차이를 존중하여 건물을 짓자 설득하였다. 업무공간인 사무실은 세 동의 건물 중 가장 높은 집이다. 도로면으로는 오픈된 2층이 있는 큰 볼륨의 공간인데, 도로보다 약1.5m 낮은 대지에 집을 위치시키니 길에서 볼 때는 마을과 어우러지는 1층의 단정한 건물이 되었다. 주택은 안거리, 밖거리를 해 석한 집으로 강한 조형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땅의 가장 안쪽으로 배치시켜 그 생소함을 상쇄하고자 하였고, 기존의 집은 엉성한 밖거리를 철거하고 증축하여 새로운 삶을 넣어보고자 하였다. 사무실을 포함한 세 채의 건물은 이렇게 모두 땅의 높이를 인정하고 저마다의 올래를 가지며 깊숙하게 들어간다. 제주집의 특성이기도 한 낮은 집과 올래는 마을에 겸손하게 자리잡아 길과 집의 경계를 공유하고, 느슨하게 나누며 마음 편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고즈넉한 집의 정취>
건축주는 구옥의 처음 느낌이 좋아서 이 땅을 구입하였고, 이 집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바랬다. 그 러나 아무래도 엉성하게 지어진 밖거리와 장독대 부분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대지 경계선 문제와 구조적 불안정함으로 어려울 듯 보였고, 기존 가옥에 원하는 기능을 넣는다면 외피만 제주집인 의미없는 집이 될 것 같았다. 고민하던 차에 떠오른 생각은 철거 할 밖거리 자리에 적당한 크기로 새로운 건물을 증축하여 근사 한 목욕채을 만드는 것이었다. 수평으로 이어진 새로운 공간은 목욕탕이라는 기능을 넣으며 넓고 시원하게 계획하였고, 고즈넉한 기존 제 주집과 어울리도록 깊은 처마와 돌담을 둘러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외형을 보완하였다. 기존 집은 고유한 공간감과 정서를 되찾기 위해 군더더기를 제거하였다. 지붕을 보수하고 방문 이마를 내려 시선을 낮추도록 했으며, 기존 외벽재료를 정성스레 다듬어 그 운치를 잃지 않도록 계획하였다. 또한 제주에 어울리는 수종의 나무와 화초류를 심어 원래부터 있었던 집처럼 자연스러운 새로운 집을 만들어보고자 하였다.
기존 안거리에 연결된 엉성한 밖거리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화장실과 목욕탕을 계획해 증축하였다. 기존 집은 방-상방-방-주방으로 된 70년대 제주 겹집의 형태였는데, 상방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며 방의 구조와 주방을 새로 배치하였다. 내부의 벽과 천장은 비례를 재조정하고 목창호와 삼베를 사용해 고즈넉한 분위기를 내고자 하였으며 현관, 화장실, 목욕실 등 기능실을 새로 증축하는 부분에 계획해 옛집의 운치를 살리려 하였다. 증축부는 목욕을 즐기는 건축주를 위해 온탕과 냉탕이 각각 있는 커다 란 목욕탕을 만들었는데, 내부는 앞선 두 집과 같이 '기분좋은 어두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모든 재료의 톤을 낮추고, 거칠고 원초적인 느낌의 재료와 수전을 사용하였다. 또한 높은 박공천장과 천창을 두어 목욕을 하면서도 시원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규모 : 지상 1층 / 120.01㎡
용도 : 단독주택
구조 : 조적조
설계 :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이창규, 강정윤, 양다은)
감리 : 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이창규, 강정윤)
시공 : (주)지에이유 아키팩토리
조경 : 보림조경
사진 : 박영채
기간 : 2019~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