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젊은건축가상 전시 2025 Korea Young Architect Award Exhibition
탐색의 한 지점을 기록하는 자리에서
2025년 젊은건축가상은 손진 (위원장, 이손건축 대표), 이소진(건축사사무 소 리옹 대표), 박정현(건축지 『미로』 편집장), 김효영(김효영건축사 사무소 소장), 김재경(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등 총 5인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8월 서류 심사와 공개 심사를 진행하였다.
2025년 젊은건축가상 최종 후보로 선정된 아홉 팀의 작업을 관통하는 공통의 주제는 ‘도시와 마을’이었다. 그것이 고밀도의 대도시이든, 느슨한 시골 풍경을 뒤로 한 작은 마을이든, 심사 자리에서 제시된 것은 아직 완전히 정의되지 않은 채 불확실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한국 도시의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에 대한 젊은 건 축가들의 시선이었다. 특히 여러 형태로 펼쳐진 우리 근대의 물리적 실체를 하나하나 뜯어보고 각자의 시점을 제시한 팀들이 주종을 이루었는데, 이를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사유의 방향을 읽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주어진 제한된 조건의 대지에서 출발한 경우도 있었겠지만, 동시에 그것은 애초에 이들이 관심을 두고 천착해온 주제들이 자연스럽게 불러온 결과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전 세대의 건축가들이 서구의 이데올로기를 참조하며 도시를 ‘바꾸어 보려’ 했다면, 이들은 지금 여기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놓고 미시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우리의’ 거대 담론을 만들어보려 애썼던 선배 세대에 비해,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의 무게가 더없이 중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읽혔다. 선배들의 노력이 우리 앞에 결과물로 제시한 도시를 향해, 비판과 존중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담겨 있다고 다시 읽어본다.
지금 여기의 우리 도시는 진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아니면 그곳에서 진리를 구하는 일 자체가 무위하다는 사실을 젊은 건축가들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느끼고 체험해 왔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근대는 끝내 완성될 수 없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남겨진 도시의 물리적 실체는 이데올로기를 떠나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는 공감대가 전반적으로 읽혔다. 1980년대 어딘가에 지어진 이른바 집장사 집 역시 더 이상 추하고 못생긴 수치의 대상이기보다는, 그것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가치는 얼마든지 재발견되거나 새롭게 창조될 수 있다고 믿는 세대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 속에서 결과물은 새로운 미학으로 태어난다.
거대 담론 이전에 주어진 현상을 꼼꼼히 살펴보고 다시 창출해내는 과정에 방점을 찍는 태도를, 하나의 ‘태도의 미학’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우리의 어설픈 근대가 오브제로 전환되어 꽤 흥미로운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작품들이었다. 우리는 이미 그 안에 속해 있지 않기도 하고, 동시에 가장 깊숙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2차 심사 대상자로 선정된 아홉 팀-김수란(아워스튜디오), 임권웅(클리 마아키텍츠), 김대일(리소건축사사무소), 최민욱·조세연·이복기(노말건 축사사무소), 김원일(백반건축사사무소), 김재윤(건축사사무소 토도), 김선형(전남대학교), 이창규·강정윤(에이루트건축사사무소), 홍진표(에 이코랩건축사사무소)·정이삭(동양대)-을 바라보는 심사위원들의 시선에는, 앞서 언급한 태도의 미학과 그 확장 가능성에 대한 묵시적인 공감대가 깔려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참가작 50개 전반에 공통적으로 흐르던 시선이기도 했다. 이를 굳이 ‘시대정신’이라는 무거운 말로 규정할 필요가 없는 것은, 젊은 건축가들이 이미 도시와 건축에서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건축은 점점 유쾌해지고 있다.
마지막 세 팀을 가려내는 지난한 과정에서는 주제의 다양성 또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 주제를 몇 개의 범주로 나눈 뒤, 동일한 범주에 속한 작품들 가운데 문제의식의 선명함과 구현의 치열함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 팀에게 보다 높은 평가가 주어졌다.
그 과정에서 김선형, 이창규·강정윤, 정이삭·홍진표를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만드는 일과 만들어진 결과가 정확히 맞물려 있는 김선형의 건축은 목조건축의 구법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완성해 나가려는 의지의 축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모든 현상을 향한 건축가의 지속적인 호기심이 하나씩 결과로 맺히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그 자체로 큰 즐거움이다. 젊음의 범주를 넘어서는 진지함과 숙성이 돋보이는 이창규·강정윤의 건축은 먼 경관에서부터 손이 닿는 가까운 공간에 이르기까지 관계 설정의 정교함이 인상적이었으며, 그 안에서 구성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제주의 장소성이 전체 작업에 무리없이 스며드는 방식 또한 탁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도시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바탕으로 현장 깊숙이 파고든 정이삭·홍진표의 건축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우발적인 상황들에 끝까지 관여하며, 그에 대한 치밀하고 섬세한 대응의 축적이 곧 건축으로 이어짐을 보여주었다. 특유의 감수성이 전 과정에 스며들어, 익숙한 풍경을 낯설고 새로운 장면으로 다시 그려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수상한 세 팀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동시에 이번 자리에 함께하지는 못했으나 각자의 자리에서 도시와 건축을 성실하게 사유해온 모든 참가자들의 작업 또한 이 흐름을 함께 만들어왔음을 덧붙이고 싶다. 완결된 해답보다는 질문을 남기고, 단정적인 결론보다는 태도를 드러내는 이들의 시도는 앞으로의 한국 건축이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조용히 예감하게 한다. 이 상이 그러한 탐색의 한 지점을 기록하는 자리로 남기를 바라며, 이들의 다음 행보를 기대 해본다.
2025년 젊은건축가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손 진
사진 : 박영채
전시담당 : 이창규, 강정윤, 김현준, 김혜림, 박준언, 이현수, 고은영
기간 : 2025.12.30~2026.01.06





















